'가을 소리', 시 한 편 같이 읽어봐요~
페이지 정보
본문
'가을'... 어떤 게 먼저 떠오르시나요?
저는... 시(詩)와 편지.
시집 한 권, 가까이하는 가을이 되시길...
산에 오르기도 좋다고 합니다. 주말엔 가까운 산에라도...
가을 소리
박노해
가을은 투명해가는 백합나무 잎에서 온다
살며시 고개 숙인 들녘의 벼에게서 온다
마당가에 빨갛게 말라가는 고추에서 오고
서로 어깨를 기대인 참깨 다발에서 오고
조금씩 높아지고 맑아지는 하늘빛에서 온다
무성한 잎사귀 사이로 얼굴을 드러내며
붉은 볼로 빛나는 대추알과 사과알에서 온다
봉숭아 꽃씨 매발톱 꽃씨 그 작은 씨앗들이
토옥톡 멀리 퍼져 흙 속을 파고드는
소리 없는 희망의 분투에서 온다
그리고 가만가만 생각에 잠긴 너
조금은 쓸쓸하고 슬퍼지는 마음에
세상의 미약한 노래들과 다른 목소리들과
가슴에 묻어둔 말들이 메아리쳐 오는
가을은 너에게로 마주 걸어온다
가을이 오는 소리
고요해진 내 마음에 울려오는
가을 소리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가을 소리’
- 이전글주몽 뒷동산에서 나는 예쁜 버섯들... 21.09.08
- 다음글9/6(월), 쇠딱따구리와 박새를 만났습니다. 21.09.07
댓글목록
강님의 댓글
강 작성일가을.... 떠나자. 걷자. 찍자. 아름답다. 준비하자.